해기사의 직역소개

해기사

2차메뉴

김승주 작가, 1등항해사

조회 1,423

김승주 2024-06-14 10:30:22

 


오늘을 견디는 법과 파도를 넘는 법
김승주 작가, 1등항해사


김승주 작가, 1등항해사의 저서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 표지에 보이는 문구다. 그는 집필을 노 삼아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 가슴에 들끓는 감정의 파도에서 방향을 잡아가며 항해하고 있다. 그러니 그는 글자 그대로 ‘글 쓰는 항해사’다.


Q. 현재 하시는 활동을 기반으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바다를 사랑하고, 항해사라는 제 직업을 사랑하는 김승주 1등항해사입니다. 책을 집필하고 강연을 다니며 저자이자 강사로서 활동하고 있지만, 저의 본업인 항해사를 가장 좋아합니다.


Q. 지금까지의 성장 과정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A. 해기사가 된 계기는 거창하지 않아요. 사실 모두가 목표로 하는, 서울 소재의 유명한 대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수능 점수가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거든요. 저는 학창 시절 공부에 최선을 다했어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만큼 열심히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재수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고, 부산에 남아있으면서 취직이 잘 되는 곳을 찾다가 항해사의 길을 선택했어요. 뭐든 최선을 다하는 제 성격상 해기사를 양성하는 대학교에 열심히 다니다 보니 항해사가 되는 과정은 자연스러웠어요. 대학교 3학년, 실습생일 때 처음으로 제가 타야 할 배를 보았어요. 크기가 어마어마했죠. 하나의 섬이 눈앞에 있는 듯했고 그 안에 든 어마어마한 화물을 운반하는 해기사가 무척이나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이 조그마한 내가 몇만 톤이나 되는 배를 운전한다고? 가슴이 벅차고 웅장해졌죠. 그때 항해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여성이 항해사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회사에서 잘 채용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저는 입사지원서를 내야 하는 시기에, 여성을 뽑지 않겠다는 회사까지 입사지원서를 내밀면서 간절히 희망했어요. 제 소원을 들어주었을까요. 여성을 뽑지 않겠다는 회사에서 면접을 허락했고, 최종으로 입사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회사에 감사해요.


Q. 해기사가 되신 후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와 『오진다 오력』을 내셨는데요. 두 책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소개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A. 첫 번째 책인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는 배를 타면서 경험한 에피소드를 담은 에세이예요. 3등항해사부터 2등항해사까지의 시간에 배에서 일과를 마치고 적은 다이어리를 엮어서 만들었어요. 배에서의 진귀한 경험, 솔직한 생각을 담았기에 간접적으로 배를 겪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배에 대한 낭만과 승선 경험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두 번째 책 『오진다 오력』은 1등항해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배에 처음 올라 적응할 때보다 1등항해사가 된 직후가 더 힘들었어요. 한 부서의 장이 되어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주니어 사관(2등항해사, 3등항해사)일 때는 해결되지 않거나 어려운 점이 있으면 1등항해사님께 물으면 됐는데, 이제는 제가 그들의 보고를 듣고 해결해야 하는 직책이 된 거죠. 제대로 된 지식이 없거나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손해로 이어졌어요. 1등항해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저를 갈고 닦아야 했어요. 이때 필요한 5가지 능력을 정리했고, 처음 1등항해사가 되는 후배들에게 이 책이 안내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했습니다. 적고 보니 이 능력은 비단 항해사뿐 아니라 인생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계발서로 발간됐어요.


Q.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하셨나요? 언제부터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셨을까요
A. 고등학교 때는 공부에 집중해야 해서 제가 글쓰기를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가끔 감성에 젖어 시를 쓴 게 전부였죠. 본격적으로 글을 쓴 건 대학생 시절부터였어요. 다이어리를 적은 게 시작인데, 제가 다니는 대학교는 입학할 때 적응 교육이라는 훈련을 거치거든요. 그때부터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썼어요. 진정으로 글을 사랑하게 된 건 배를 탄 후부터예요. 시를 접했는데, 배에서 외로웠던 저를 위로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시를 적기 시작했고 내 감정을 이야기하다 보니 하루하루 글 쓰는 일이 일과가 됐어요.


Q. 평소 근무하시면서 언제 글을 쓰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A. 잠자리에 들기 전, 바인더에 일과와 계획을 정리한 후에 써요. 그날 느낀 감정과 감사해야 하는 일들을 적죠. 사실 배를 탈 때는 일에 집중한 나머지 글쓰기에 온전히 집중하기 쉽지 않아요. 소재를 먼저 적어두고,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글로 풀어내는 작업은 휴가 때 해요. 지난 승선의 감성을 끌어내느라 머리가 아픈 적도 있어요.


Q. 책을 낼 계기와 결심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또 승선과 하선을 반복하면서 출판을 병행하신 과정도 알고 싶습니다
A.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배에서 쓴 글의 분량이 늘어나면서 책으로 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글 쓰는 모임을 여러 군데 두드렸고, 그중에서 가장 잘 맞는 커뮤니티와 함께했어요. 그곳에서 글을 다듬어 출간 기획서를 작성하고 투고하는 과정까지 도와주었습니다. 배를 타면서 커뮤니티에 투고했는데, 메일로 연락받았거든요. 한때 우리 배가 인천항에 접안하는 일정이 있었는데, 그때 상륙해서 출판사와 미팅을 다녀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요.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세상이 도운 것 같아요.


Q. 집필과 출판을 거치며 느낀 어려운 점과 보람이 있으실 텐데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와 『오진다 오력』의 표지 모두 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어요. 제가 배에 있고 연락이 원활하지 않으니, 모든 소통은 이메일로 이루어졌어요. 그런데 제가 배를 탈 때만 해도 이메일은 사진과 같은 용량을 주고받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표지 결정, 출간일도 대부분 편집자의 의견으로 이루어졌어요. 보내주신 시안에 제 의견을 반영하려면 출간일이 몇 달은 미루어진다고 해서 편집자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도 상품이기 때문에 고객의 수요를 반영해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제가 생각한 책이 세상이 나오기까지는 제 글이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점이나 그들의 니즈와 잘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Q. 올해에도 신간 출간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이번 휴가 때는 항해사가 되는 방법에 대한 소개를 담은 항해사 직업 진로 책을 집필했습니다. 올해 하반기 출간이 예정이었는데, 출판사의 계획에 따라 2025년 초 출간으로 바뀌었어요. 학부모나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항해사라는 진로를 알려줌으로써 그들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때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Q. 바다에서의 경험이 육상 활동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A. 바다에서나 육상에서나 시련은 똑같이 와요. 찾아오는 시련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배웠어요. 어차피 파도는 오기 마련이니 계획이 틀어지거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성내봐야 소용없죠. 다만 눈 앞에 펼쳐진 일들을 수습하고 다치지 않도록 조치하고 배가 잘 운항할 수 있도록 내 일을 하면 돼요. 그렇게 하루하루 할 일을 하다 보면 거친 폭풍도 멎고, 눈부신 햇살과 찬란한 무지개를 보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당시에는 큰일이라고 생각한 일도 지나고 보면 하나의 에피소드가 된다는 걸 알았어요. 육상에서의 일도 마찬가지예요. 버티고 하다 보면 길은 보이는 것 같아요. 


Q. 해기직을 잘 모르는 육상의 사람들에게, 그리고 해상에서 근무하는 해기사들에게 책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A. 저는 배를 타면서 제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알아요.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대한민국 총 물동량의 99퍼센트 이상이 해운무역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저는 해운무역의 최전선인 역꾼으로 일하고 있지요. 그리고 전쟁이 발생하면 제4군, 물자 수송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져요. 내가 사회에서 무슨 일을 맡고 있으며 어떤 점을 공헌하고 있는지 망각하면 자신의 가치를 알지 못해 좌절하는 순간이 꼭 와요.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자신의 장점을 발전하고 싶은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답하다 보면 내가 가야 할 길을 알게 되어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가슴 뛰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찾기 어렵겠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거든요.

Q. 젊은 해기인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많이 전달하고 계신 데요. 최근 한국 해기전승의 위기가 계속 거론되고 있습니다. 젊은 해기사이자 작가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물론 국가적, 제도적, 회사적 차원의 해기인에 대한 인식 제고와 복지 혜택 제공이 중요합니다. 위기를 인식한 국가에서 비과세를 높이고, 승선일과 휴가일을 조절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고요. 그와 별개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이 일을 즐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맛집에 가서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지인에게 소개해주고 싶지 않나요? 이 직업을 정말 좋아한다면 사람들에게 알리겠지요. 제가 글을 써서 책을 내고, 강연을 다니고 있는 것처럼요. 배 타는 직업이 좋다고 순수하게 알리려는 사람들이 늘어야 해요. 찾기 쉽지 않겠지만 그들과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야기를 올리고 업로드하고 SNS를 활용하는 등 캠페인을 시행한다면 해기사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Q. 향후 비전 및 계획이 궁금합니다
A. 항해사로서의 저는 선장이 되어서 한 조직을 잘 이끌어가고 싶어요. 그리고 이런 말을 듣고 싶어요. “배를 타기 싫어하고 꼴통인 항해사가 김승주 선장 밑에만 가면 배를 더 타고 싶어 하네.” 가정도 이루고픈 마음도 있습니다. 선장이 되어 조직을 잘 이끈다면 가정을 이끄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작가로서의 행보를 묻는다면 저는 계속 글을 쓸 거예요. 누군가 제게 물었어요. 항해사가 아니었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했을지요. 저는 모험심이 강하고 남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아마 사람들이 잘 모르는 직업을 택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길을 가더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저는 글을 썼을 것이고 그 분야에 관한 책은 나왔을 거라고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니까요.


Q. 끝으로 선후배 해기사, 특히 창작자를 꿈꾸는 해기사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A. 무언가 창작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는 사람이라면, 해기사의 길을 정말 잘 선택하셨어요. 꿈은 아무 노력하지 않으면 이루어지기 힘들죠. 특히 생계의 고민이 있을 때는 순수하게 창작에 집중할 수도 없고요. 해기사의 일을 바탕으로 생계의 걱정을 내려놓은 상황에서, 휴가 때 나의 창작을 끌어낸다면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두려워하지 말고 나아가셨으면 좋겠어요. 바다에서 거친 폭풍우를 버텨내고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여러분이라면 그 어떤 일도 잘 해내실 수 있을 거예요.